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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방언

by 파이너 2022. 6. 30.

우리나라의 방언

한국은 단일 민족이 단일 언어를 사용하며 오랜 기간 중앙집권 체제로 이어온 나라다. 거기에다가 국토도 좁다. 어떤 급격한 언어 분화를 일으킬 요소가 없이 지내온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이만한 조건으로 방언도 없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의 분화란 한 세대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4, 50km만 떨어져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어는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다양한 방언들을 지니고 있다. 서로 자기들의 토속적인 방언으로 말하면 의사가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방언차가 큰 지역도 없지 않다. 이 장에서는 한국의 방언들이 지금까지 살펴 온 표준 한국어와 어떤 언어적 차이를 가지는지, 한국은 어떤 방언권으로 나뉘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어의 표준어는 어느 지역의 말로 어떤 과정을 밟아 정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리나라 방언


그런데 방언이라 하면 일차적으로 지역방언(regional dialect)을 떠올리게 되지만 근래에는 사회방언(social dialect)도 방언의 중요한 한 종류로 간주된다. 한국의 방언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두 종류의 방언을 모두 다루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한국의 지역방언만을 대상으로 이야기해 가려 한다. 그것은 '한국의 방언'이라는 제목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이 아무래도 그쪽일 것이라는 것이 첫째 이유다. 그리고 다양한 분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역시 지역방언이라는 것이 둘째 이유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한국의 사회방언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사회방언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근래의 일인데다가 앞(제6장)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오늘날의 한국은 사회계급의 분화가 뚜렷하지 않고, 또 남녀간의 언어차도 잘 잡히지 않아 지금까지 사회방언에 대한 연구자들의 자극이 별반 일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방언에 대한 진술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다른 장에서 간간이 하고 여기에서는 지역방언에 대해서만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서울말과 표준어

현재 한국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규정상으로 서울말이 표준어로 인정된 것은 1912년「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普通學校用 諺文綴字法)」에서(la)와 같이 선포한 때다. 이것이 1933년「한글 마춤법 통일안」에서는 (1b)처럼 좀더 정밀하게 규정되었고, 1988년「표준어 규정」에서는 다시 (1c)와 같이 얼마간 표현을 바꾸었다.

a. 京城(현재의 서울)를 표준으로 함.b.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 現 ⓒ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앞의 세 규정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다만 (1b)에서는 ‘대체로’라는 말로, (1c)에서는 '원칙으로 삼는다'는 표현으로 서울말이 그대로 전부, 또는 서울말만 표준어가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lb)에서는 ‘중류사회'라는 조건, (1c)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란 조건을 달고 있다. 이것은 사회방언을 의식하고 하층 계급의 말은 서울말일지라도 표준어의 대열에 들어올 수 없다는 제약 조건을 단 것이다. (1b)에서'중류사회'라 한 것은 궁중(宮中)과 같은 특수사회를 염두에 두고 한것인데 사회언어학에서 흔히 쓰는 중상층쯤으로 여기면 대체로 적절한 표현을 썼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을 창제할 때는 표준말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인데, 그때 어느 지방의 말을 표준어로 간주하여야 하느냐는 전혀 고민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방언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훈민정음」에 보면 [ji] 및 [ja]에 해당하는 모음자(어떤 문헌에도 쓰인 예가 없는 글자)를 별도로 만들어 놓고 방언표기에 필요하면 쓰라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배려는 그야말로 특별한 배려일 뿐 그러한 방언을 새 문자가 표기해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고 서울말을 그 대상으로 삼는 일에는 전혀주저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서울말은 일찍부터 표준어의 위치를 굳히고 있었고 굳이 어떤 규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그 표준어로서의위치는 부동의 것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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