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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겠의 쓰임

by 파이너 2022. 7. 15.

‘~겠~’의 쓰임

이번에는 우리말의 '-겠-'에 대해서는 '추정'과 '의도' 외에도 '능력, 의견,공손' 등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겠-'을 '추정'으로 보고, 다만 추정근거에 대하여 표시하는 화자의 믿음의 차이로써 이 둘의 용법을 구분하는 이 글의 입장에서 '-겠-'이 가진다고 지적된 이같은 여러 의미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말의 쓰임

(1) 나도 그런 문제는 풀겠다.

이 예문에 대해 각각 순서대로 '-겠-'이 '능력, 의견, 공손'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겠-'의 이런 의미들이 어디에서부터 나오게 되는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문 (1)을 살펴보면 상황에 따라서는 화자의 '능력'뿐만 아니라 '의도'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능력'이 더 부각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를 푸는 데에는 '능력'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하여튼 (1)을 ‘능력’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 '능력'은 '-겠-'이 가진 본래의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도 화자가 '-겠-'을 통해 나타내는 것은 '내가 그런 문제를 푸는 것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이런 추정에 대한 근거를 청자도 가질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이때 (B)처럼 화자가 추정하는 근거는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즉, '내가 그런 문제를 풀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1)을 말하는 것이다. 대체로 (1) 은 청자가 화자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상황이나 청자가 화자의 능력을 전혀 모를 때에 사용한다. 다시 말해, (1)은 화자가 청자에 대하여 표시하는 믿음과 청자가 발화현장의 사실세계에서 처해 있는 상태가 모순될 때에 쓰인다. 그러나 이때의 모순은 결코 모순 그 자체로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다. 화자가 (1)의 '-겠-'을 통해 '청자도 추정근거를 가질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을 표시하기 때문에 청자는 그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그 추정근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결국 '화자가 그런 문제를 풀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1)을 말한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1)이 갖는 '능력'의 의미는 바로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겠-' 자체가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2) 이런 관점에서 숙어는 어휘의 범주에 든다고 보겠다.

위의 (2) 예문도 '-겠-'이 '의견'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2)에서 '의견'의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고 보-' 때문이다.

 

(3) 다음 역은 을지로역이 되겠습니다.

지하철에서 들을 수 있는 안내방송인 (3)에 대해서도 이 글에서 설정한 가설로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다. 먼저, 화자가 (3)를 말하는 근거는 '안내원으로서 지하철역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 즉, '다음역이 을지로 역이다'라는 사실이다. 한편 (3)를 듣는 승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한 부류는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녀서 안내원 못지 않게 지하철역의 순서와 이름을 훤히 알고 있는 승객이다. 다른 한 부류는 그렇지 못한 승객이다. 이때 (3)를 듣는 두 부류의 승객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하철역의 순서와 이름을 잘 아는 부류의 승객은 (3) 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지 않고 수용한다. 왜냐 하면, 화자가 청자에 대하여 표시하는 믿음과 사실세계에서 청자가 처해있는 상태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하철을 처음 탄 승객은, (3)의 '-겠-'이 청자도 추정근거를 가질 것이라는 화자의 믿음을 표시하므로, 자신이 갖지 않은 근거를 찾기 위해 관심을 쏟게 되어 결국 '다음 역이 을지로역이기 때문에 안내원이 (3)을 말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어째서 (3)의 경우, 분명한 사실을 근거로 그와 똑같은 내용의 사실을 추정하는가 하는 점이다. 즉, 확실한 사실을 왜 불확실하게 표현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3)가 과연 올바른 말인가 하는 데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비록 (3)처럼 사실을 근거로 그와 똑같은 내용의 사실을 추정하는 표현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때때로 쓰이기는 하지만 (3) 같은 표현에 대해 무언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갖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3)를 부적절한 말로 보는 입장에 서면, 그 부적절성의 이유에 대해 확실한 사실을 '-겠-'을 통해 불확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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