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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어

by 파이너 2022. 7. 24.

차용어

우리나라 말 한국어 단어들 중에는 본래부터 한국에서 쓰였던 고유어도 있고, 남의 나라 말에서 들어와 한국어의 일원이 된 차용어(借用語;loan word)2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대부분의 경우 구별하지 않고 서술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때로는 고유어냐 차용어(그 중에서도 한자어냐에 따라 어떤 조건이 다름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한국어에 어떤차용어가 언제 어떤 경로를 밟아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한국어의 이해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절에서는 한국어 속의 차용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차용어

1. 차용어의 토착화

한국어의 어휘 속에는 많은 차용어가 포함되어 있다. 19세기 이전에는 주로 중국어 차용어가 대부분을 이루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서구어계(특히 영어) 차용어가 큰 비중을 차지해 가고 있다. 오늘날 쓰이는차용어는 '외래어(外來語)'라고도 한다. 그러나 외래어는 근래에 들어와 아직 외국어의 냄새를 풍기는 단어를 일컫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차용어 중에는 언중들이 전혀 외래 요소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로 동화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와 '상추'는 중국어의 ''''에서 온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중국어의 본래 형태로부터 멀어져서 이들을 차용어라고 의식하는 한국어 화자는 드물다. 일단 차용어로 한국어 속에 들어오면, 궁극적으로는 언중들에게 외래 요소라는 의식조차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에 적응되어 동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차용어의 토착화 과정이 늘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의 틀 속에 수용하면서도 이왕이면 원산지 언어 (sourcelanguage)의 모습에 좀더 가까운 형태를 취하려는 심리도 한편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글을 새로 창제할 무렵 한자음의 개혁을 시도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심리의 발현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영어로부터 차용어를 받아들일 때에도 비슷한 갈등을 겪는 수가 있다. 여기에서는 잠시 외국어(특히 영어)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국어에 수용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또 어떤 갈등을 겪으며 토착화의 길을 밟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한국어 동화 

차용어는 우선 음운론적으로 한국어에 동화된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어에는 자음체계에서 순치음(labiodental)이 없기 때문에 'f, v'와 같은 자음들을 본래의 음가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violin, foul' 등을 '바이올린, 파울'처럼 폐쇄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어에서는 영어의 ‘v:b' 및 'f:p'의 대립이 없어지고 만다. 영어의 치간음(interdental)인 'th'의 발음은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낯설어서 대개 's'와 구분 없이 'ㅅ'으로 받아들인다. 'thrill, health club’을 ‘스릴, 헬스 클럽’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발음의 수용에는 얼마간의 혼란도 겪고 있다. 'mammoth'의 경우는 한때 ‘맘모스’라 하다가 근래에는 ‘매머드’로 바뀌었고, 'throw-in, thank you'의 경우는 ‘스로인, 생큐’보다는 '드로인, 댕큐'라 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한국어에는 유성자음과 무성자음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차이를 다음의 예 (1) 에서 보듯이 한국어에서 선명히 대립을 이루는 평음과 유기음으로 바꾸어 받아들인다.
(1) a. bus-pizza, dam-team, game-key, jam-chip, violin-foul

b. 버스-피자, 댐-팀, 게임-키, 잼-칩, 바이올린-파울

그런데 이때 유성자음 'b, d, g, j'는 표기상으로는 거의 평음 ‘ㅂ, ㄷ, ㄱ, ㅈ’으로 통일시켜 놓았지만 실제 발음으로는 ‘뻐스, 땜, 께임, 쨈'처럼 된소리로 실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gum'의 경우는 표기로도 ‘껌’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근래에 도입된 'date, gear, boom'등은 실제 발음으로도 ‘데이트, 기어, 붐’으로 실현되며, 특히 'blouse, drama, graph'처럼 유성자음 뒤에 바로 자음이 이어질 때에도 '블라우스, 드라마, 그래프'처럼 평음으로만 실현된다(그리고 'V'가 된소리 ‘’으로 실현되는 일도 없다). 이처럼 한국어에 없는 유성자음의 수용에 그만큼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 변별이 안 되는 두 음을 어느 한 음으로 통합하지 않고 이쪽 체계의 다른 두 음으로 구별하여 수용하는 현상은 꽤 특이한 현상이라 할 만하다.

마찰음의 유성자음과 무성자음 'z, s'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좀더 특이하다. 앞의 폐쇄음의 방식이라면 'Z'는 'ㅅ'이나 'ㅆ'으로 받아들일 법한데 그러지 않고 ';'와 같은 소리로 인식하여 'ㅈ'으로 대응시키는 것이다. 예: 줌렌즈(zoom lense), 재즈(jazz). 그러면서 's'는 폐쇄음의 유성자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물론 's'계열에는 유기음이 없으므로 ‘S’가 폐쇄음의 무성자음처럼 받아들여질 방도는 없다). 즉 표기상으로는 ‘ㅅ’으로 통일되었지만 실제 발음으로는 ‘ㅆ’으로 실현되는 일이 많아 ‘사인(sign), 세미나(seminar), 세일(sale), 소스(sauce)’등의 ‘s’는 거의 예외 없이 '싸인, 쎄미나, 쎄일, 쏘스’처럼 ‘ㅆ’으로 실현된다(여기에서도 ‘sports, snap, steam' 등의 ‘S’는 평음 ‘ㅅ’으로만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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